
옥도사변 - 키노시타x류
*카우슬립앵초 :: 젊은 날의 슬픔 ___written by. 류아키★륭키
늘 오는 폐건물에 늘 함께하는 옥졸. 키노시타는 왜 어째서 라고 생각을 하면서도 그래 나밖에 없겠지 라고 입 밖으로 내뱉었다. 함께 이곳으로 파견된, 지금쯤 옆에 있어야 할 옥졸 한 명은 어디로 갔는지 보이지가 않는다.
분명 건물 안 어딘가에서 어린 망자나 외관상 어려 보이는 요괴, 혹은 진짜로 어린 요괴들과 놀고 있거나 혹은 준비해온 간식을 먹으면서 배고프다고 누워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머릿속을 스치면서 이 근처에 있을 만한 곳이 어딨을까 늘 입에 물고 다니는 간식 부스러기가 바닥에 떨어져 있진 않을까 바닥을 보면서 돌아다녔다.
역시나. 키노시타 눈에 띈 것은 과자 부스러기였다. 폐건물 특성상 어쩔 수 없이 각자가 맡은 층을 순찰하기로 했는데 그때 헤어지기 직전에 새로 꺼냈던 신상이라고 자랑했던 비스킷 형식의 간식 부스러기였다. 각자 맡은 층을 돌던 시간은 길었지만, 뒤로 이어 신상이라 몇 상자를 쟁여놨다던 말을 떠올린 이상 이것은 그 옥졸의 흔적임이 분명했다.
“평소였다면 잔소리를 했겠지만 이럴 땐 반갑네.”
키노시타는 길 안내를 해주는 간식 부스러기를 따라 걸었다.
어차피 또 어린 망자들과 놀고 있겠지 라는 예상과 다르게 그 흔적은 건물 밖으로 나와 입구 옆에서 끝나있었다. 라기보단 쌓여있었다는 게 더 옳은 표현일지도 모른다. 실제로도 한곳에 간식 부스러기가 쌓여있었고 그로 인해 바닥엔 개미가 기어 다녀 간식 부스러기를 열심히 옮기고 있었다.
아니 왜 얘는 만나기로 한 장소로 오지 않고 어째서 입구 옆에 쭈그려 앉아있는 걸까. 입구 옆, 폐건물의 시멘트벽과 바닥은 흙으로 되어있는 그 경계선에 피어있는 작은 노란 꽃을 쳐다보면서. 꽃을 빤히 쳐다보며 침을 꿀꺽 삼키는 행동에 키노시타의 얼굴이 자연스레 꽃으로 향했다. 분명 어디선가 봤는데. 키노시타는 류 옆에 쭈그려 앉아 어디선가 본듯한 꽃을 보았다.
“이거 뭐더라…”
“카우슬립앵초”
“아아. 그런 이름이었지. 그런데 너 꽃 이름도 아는 거야?”
“샐러드 장식으로 나온 건데… 맛있겠다…”
류는 꽃을 꺾어 다짜고짜 입안으로 넣었다. 말릴 새도 없이 입안에서 오물오물하기에 아무거나 주워 먹느냐면서 등을 찰싹 때렸다. 찰싹 소리가 난 거면 제법 아플 만도 한데 끝까지 입안에 있는 먹고 말겠다는 의지를 보여주기까지 한다. 원래 식탐이 강하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까지 나올 줄이야. 한숨을 쉬면서 꽃이 있던 자리를 보았다. 카우슬립앵초가 바람에 살랑거리는 것을 보고는 뭔가가 떠올라 키노시타는 류의 등을 쓰다듬으면서 생긋 웃었다. 키노시타의 웃음의 의미를 전혀 모르는 류는 키노시타를 따라 웃을 뿐이었다.
“근데 너 왜 이름이 카우슬립앵초인지 알아?”
“몰라. 왜 그런데?”
“영어로는 황소의 입술이라는 뜻이 있는데… 영국의 어느 시에서는 소의 배설물 주변에서 많이 자란다고 해서 카우슬립이라고 한다더라.”
“그렇구나. 키노시타는 모르는 게 없네.”
말이 끝나기도전에 푸웁 소리를 내면서 입 밖으로 뱉어낼 줄 알았는데 입안에 있던 카우슬립앵초를 삼키는 마무리 행동까지 한 류를 보고 키노시타의 표정은 웃음에서 그러다 포기 상태로 돌입했다. 그렇지. 이런 소릴 듣고 뱉어낸다면 식탐 왕 류가 아니지.
“… 그런 거긴 한데 괜찮아.”
“응. 괜찮아.”
“배고프면 더 뜯어먹던가.”
“그럴까? 들고 온 과자도 다 먹었는데…….”
농담으로 던졌는데 진짜로 먹으려는 건지 카우슬립앵초를 만지는 걸 보고는 키노시타는 말은 농담이었다면서 손은 진심으로 강하게 때렸다. 탁 소리가 나면서 류의 몸이 앞쪽으로 기우뚱하면서 머리가 벽에 부딪혔다. 제법 큰소리가 났는데도 아프지 않은 것인지 카우슬립앵초를 손끝으로 툭툭 건드린다. 힘없는 약한 카우슬립앵초는 제힘 없이 손끝이 하는 데로 움직일 뿐이었다.
“꽃말은 뭔지 알아?”
“어? 갑자기 왜… 일단 젊은 날의 슬픔이었던가?”
“으응…….”
류는 그런가라고 내뱉으면서 슬쩍 키노시타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벽과 부딪혀서 빨개진 이마가 눈에 들어왔다. 살짝 부은 것 같기도 하고. 눈이 마주치니 키노시타는 뭘 그리 쳐다보냐며 머리카락을 헝클었다. 빠르게 머리카락을 헝클리는 손길을 받으면서도 뭐가 좋은지 바보같이 웃는다.
키노시타의 행동이 멈출 때까지 손길을 끝까지 받고 머리카락에서 손이 떨어지자마자 다시 아래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류는 다시 한 번, 류는 옆에 피어있는 카우슬립앵초를 손끝으로 톡톡 건드리다 줄기쪽으로 옮겨서는 집게 손으로 몇 송이 땄다. 류의 손을 따라 키노시타의 시선도 아래로. 카우슬립앵초가 류의 집게 손을 따라 올라오니 키노시타의 시선도 따라 올라왔다. 또 먹으려고 하나 했는데 집게 손은 류의 입 앞을 지나 키노시타의 귀 쪽으로 올라갔다. 모자와 머리카락, 귓바퀴 위쪽에 카우슬립앵초를 꽂아주고는 됐다! 라며 만족해한다.
키노시타는 얘가 왜 이러나 하고 떼어내려는데 잘 어울린다면서 활짝 웃는 류의 모습에 어울린다고 하니까 라면서 떼어내려던 손을 내리면서 시선을 다른 곳으로 옮긴다.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닌 데라고 중얼거리면서.
“나는 첫사랑으로 알고 있었어.”
“그건 다른 앵초…….”
류의 한마디에 키노시타의 말은 점점 흐려졌다.
키노시타의 머릿속은 몇 가지 과정을 풀어냈는데 류는 카우슬립앵초의 뜻을 첫사랑으로 알고 있었다. 그리고 자신의 귓바퀴에 카우슬립앵초를 꽂아주었다. 키노시타는 류의 첫사랑이다. 라는 억지스러운 결론을 내고 말았다. 말도 안 되는 소리.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얼굴엔 점점 열이 올라 믿을 수 없다며 입 위에 손바닥을 올리는데 입술도 입술이지만 그 주변까지 후끈거렸다.
입은 계속 가린 체로 눈동자를 굴려 류를 보니 자신이 무슨 말을 한 것인지 알지 못한다는 표정으로 키노시타와 눈을 맞추고 있었다.
“키노시타 얼굴 빨개.”
“더워서 그래. 더워서.”
“그런가? 좀 춥지 않아?”
그러면서 류는 양손을 엇갈려 자신의 팔을 문지르고 그와 반대로 키노시타는 덥다면서 모자를 벗어 부채처럼 바람을 일으켰다. 추운 날씨와 작은 바람이 더해지니 후끈한 얼굴을 시원하게 식혀주고 있었다.
“그래. 더워서 그런 거다. 나는 더워서…”
“많이 더워?”
“어? 아니… 응. 덥다. 더워. 그럼 이제 돌아가자! 맡은 구역은 다 훑어봤지?”
“응. 빨리 가자. 배고파.”
키노시타는 몸을 일으켜 그럼 빨리 이동하자고 말하면서 몸을 일으켰다. 그런 행동은 키노시타의 귓바퀴에 있던 카우슬립앵초가 바닥에 떨어지기 직전에 류의 손바닥 안으로 안착했다.
바보같이 웃고 있던 류는 손바닥에 있던 꺾기 전과 다르게 숨이 죽은 카우슬립앵초를 보았다. 아까까진 생생했는데. 왠지 미안해진 류는 카우슬립앵초를 주워 원래 있던 자리에 되돌려 놓았다. 그렇다고 줄기가 다시 붙는 것도, 다시 생생해지는 것도 아니었지만, 꼭 이렇게 해야 할 것 같았다. 단순한 꽃에 사과를 하는 것인지 미안하다고 고개를 살짝 숙였다. 가벼운 목례후 여전히 얼굴에 열을 식히는 키노시타를 따라 몸을 일으켰다.
“가자.”
“아. 그래.”
키노시타는 모자를 꾹 눌러쓰며 돌아가야 할 곳으로 몸을 틀었다. 류 역시 키노시타를 따라 몸의 방향을 틀어 키노시타의 옆에 서서 함께 걸었다.
“젊은 날의 슬픔….”
“어?”
류는 키노시타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젊은 날의 슬픔이라는 단어는 이상하게도 류의 마음에 와 닿았다. 누군가가 류를 보고 하는 말처럼. 물론 류 본인은 그 슬픔이라는 감정을 늘 가지고 있으면서도 눈치채지 못하고 있는 것 같았다. 불어오는 바람에 앞 머리카락이 휘날려 모자를 썼다.
“아니야.”
“뭐야 싱겁긴…….”
키노시타의 말에 씩 웃으면서 빨리 가서 간식 먹고 싶다고 중얼거리니 간식 말고 밥을 많이 먹으라는 잔소리에 뭐가 그리 좋은지 고개를 빠르게 끄덕이며 기뻐한다. 잔소리하는 것인데 웃고 있으니 키노시타도 잔소리를 멈추고 피식 웃었다.
아까보다는 약해진 바람에 갑갑한지 모자를 벗고 류는 달리기 시합을 하자면서 먼저 앞으로 뛰어가고 키노시타는 싫다면서 따라가지 않고 느긋하게 뒤따라갔다.
바람에 따라 살랑거리는 카우슬립앵초는 이미 꺾여버린 줄기에 의해 툭 하고 바닥으로 쓰러졌지만, 꽃잎은 여전히 바람에 살랑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