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타프리 - 미카제 아이x현비파
*오션송 장미 :: 영원한 사랑, 불완전한 사랑 ___written by. 향비파
* 노래의 왕자님 All Star 미카제 아이 루트 네타 있습니다.
어릴 적에 굉장히 아끼던 공책이 있었다. 매일 거기에 작은 글씨로 글이나 일기를 쓰면서 소중히 가지고 다녔다. 글씨마저 삐뚤삐뚤할 나이의 아이가 작게 써봐야 얼마나 작게 쓸 수 있겠는가 싶지만, 기억에 따르면 굉장히 꼼꼼하게 빈 공간을 채워나갔다. 그것이 내가 글을 쓰게 된 계기가 된 것은 아니었지만, 발판은 되지 않았을까 하고 지금에 와서 생각하게 된다.
내가 글을 쓰게 된 계기는 무척 단순했다. 당시 정말 재밌게 읽은 책이 있었는데, 나도 한 번 이렇게 글을 써보고 싶다고 생각하게 됐다. 누구에게나 있을 법한 이유였고 시작이었으나, 그것이 지금의 나를 있게 했다. 또한, 연인을 만날 수 있는 인연을 주었다.
우리의 만남은 바로 내 글에서 시작되었다. 본래 소설가이자 프리랜서로 일하고 있던 내게 그가 아이돌로서 소속되어 있는 샤이닝 사무소에서 지속적으로 일을 의뢰하고 있었다. 그 안에는 비단 방송 대본이나 드라마 대본만이 아니라, 소속 아이돌들을 대상으로 기자들이 올리는 말도 안 되는 기사들에 대한 반박 기사를 작성하는 것도 포함되어 있었다. 내가 처음 샤이닝 사무소와 관계되기 시작한 것도 어느 아이돌의 열애설에 대한 반박 기사였다. 어느 날부터인가 인터넷을 뜨겁게 달구던 열애설 기사의 원문을 우연히 접한 나는, 그 기사에서 보이는 사실적인 오류와 기사 자체에 있는 문제점에 대해 조목조목 설명하며 반박 기사를 완성하였다. 그것이 성공적으로 사람들 사이에 퍼지면서 열애설은 잠재워졌고, 그 후에 사장인 샤이닝 사오토메가 직접 내게 의뢰를 해왔다. 이 전부터 내가 쓴 소설을 읽었다며, 다른 기사에 대한 반박 기사와 방송 대본 의뢰를 넣어오면서 공적인 인연이 이어졌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5년 후에 지금은 연인이 된 아이돌 ‘미카제 아이’와 만났다. 푸른 바다에 휩싸여있는 것 같았던 그에게 나는 억제할 수 없는 끌림을 느꼈다. 샤이닝 사오토메의 억지에 가까운 의뢰로 인해서 ‘감정’에 대한 조언자가 된 나는 그와 계속 부딪히고 오해를 풀면서 인연을 이어갔다.
나는 그와 함께 있는 공간에서 편안함을 느꼈다. 감정에 관련된 회의에서는 계속 부딪힐 뿐이었지만, 그는 옆에 있는 사람에 대해 쓸데없는 참견을 하지 않았다. 괜히 무언가를 캐내기 위해 물어보거나, 일을 하는 것에 있어서 이야기를 꺼내지도 않았다. 그저 우리들에게 주어진 ‘일’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 서로 그것을 해결하기 위한 방안을 찾아갔다. 내가 할 수 있는 최대한의 조언과 행동을 보여주고, 그가 조금이라도 더 쉽게 받아들일 수 있도록 했다. 그것을 마주하고 아이는 자신이 받아들일 수 있는 방식으로 이해해나갔다.
‘감정’이란 결국 스스로가 느끼지 못하면 소용이 없는 것이었다. 아무리 말로 한들 듣는 본인은 깊이 공감할 수 없었다. 그 사실을 누구보다 내가 제일 잘 알았다. 그렇기에 나는 그가 많은 사람들을 만났으면 했다. 그 점에서 그에게 주어진 후배들을 데뷔시키기 위한 마스터코스는 절호의 찬스로 보였다. 마스터코스 같은 프로그램을 접하게 되어 후배들과 함께 좀 더 다양한 감정들을 접할 수 있게 된다면 아이가 조금 더 ‘감정’을 접하기에 좋지 않을까 생각했다. 물론 이 전까지 그의 마스터코스를 받은 사람들이 버티지 못하고 나갔다는 이야기도 들었기에 많은 기대는 하지 않았다. 그저 그 아이들이 아이에게 조금은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면 하고 바랐다. 일은 잘 흘러가서 아이는 조금씩 그 아이들에게서 감정을 배워가기 시작했다. 나는 기뻤다. 듣는 아이가 당황할 정도로 행복해했다.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는가에 대해서는 생각하지 않았다. 그저 내가 느끼는 넘쳐흐르는 행복에 몸을 맡길 뿐이었다. 이제 와서 생각하면 이미 그 때 나는 사랑에 빠져있었다. 해본 적 없는 것이었고, 앞으로 평생 겪을 일 없는 것이라고 생각했기에 스스로 깨닫지 못했다.
내가 내 감정을 깨달은 것도 글을 쓰게 된 계기와 비슷할 정도로 단순했다. 그저 그에게서 그 전까지 볼 수 없었던 웃음을 보았기 때문이었다. 순식간에 변해가는 세계 속에서 나는 허우적대다가 겨우 깨달았다. 내가 느낀 것이 사랑이라는 사실을 인정할 수밖에 없게 된 것이었다.
나는 이것이 무척 불안하고, 불완전한 사랑이라고 생각했다. 시간이 지날수록 커져가는 감정을 내 손으로는 제어할 수 없었고, 그 때까지 내면에 견고하게 쌓아온 심해 세계를 무너트리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처음으로 알게 된 ‘사랑’은 태풍과도 같았다. 폭발하는 바다화산과도 같았다. 하늘 끝까지 덮어서 모든 것을 쓸려 보내는 해일과도 같았다. 무척 불안했고, 또 두려웠다. 이 혼돈이 언제 끝날지 알 수 없었기에 더욱 크게 공포를 느꼈다. 그 상황에서 태풍을 일시적으로나마 잠재워준 사람 역시 아이였다. 그가 내게 하는 말들, 행동, 눈빛, 생각들이 안심하게 했다. 내가 그 감정으로 인해 느끼는 고통에 대해 잊게 해줬다. 이런 것으로 인해서만 고통을 잊을 수 있는 것이라면, 어떻게 완전하다고 할 수 있겠는가. 나를 안심하게 한 것은 더욱 큰 고민을 안겨줬다.
계속 된 고통으로 결국 나는 그것을 억제하고 제어하려는 시도를 포기했다. 감정이 흘러가는 대로, 사고가 이어지는 대로 놔두었다. 그로 인해 마침내 제어하려는 울타리를 빠져나온 사랑은 점점 크기를 더해가서 내 몸 안에 담아둘 수 없게 되어버렸다. 그 상황에서 찾아오게 된 것이 아이가 느끼게 된 ‘사랑’과 그의 뒤에 숨겨진 진실이었다. 누군가를 좋아하는 것으로 보이는 그의 말과 행동들은 나를 더욱 고통에 빠트렸다. 그 자리를 도망치고 싶다고 생각한 게 한두 번이 아니었다. 그리고 박사의 사촌동생인 ‘아이네’라는 사람의 존재와, 그 사람과 아이에게 관련하여 박사가 행한 행동들은 나를 분노하게 했다. 그 분노는 사랑과 맞물려서 심장이 찢어질 것 같은 고통을 가져왔다. 그런 나를 위해 아이는 내게 고백했다. 철없이 그런 상황에서 기쁨을 느끼고 심장이 뛰었다. 좋아하는 아이에게 고백 받은 중학생도 아니고, 잠시 고통을 잊게 해주기 위한, 눈물을 닦기 위한 고백이란 행위와 내 심장을 나는 도저히 나무랄 수 없었다. 그저 이제까지 그랬던 것처럼 이리저리 변하는 감정에 흘러가도록 맡겨두었다. 그렇기에 내 감정과 우리의 관계는 불완전하다고 생각했다.
모든 일이 끝나고 어느 날, 나는 스케줄을 마치고 작업실로 돌아온 아이에게 물었다.
“영원한 사랑이란 것이 존재한다고 생각해?”
아이는 그런 것은 왜 묻느냐는 얼굴로 나를 가만히 보다가 불안이 서린 내 눈동자에 대답해주었다.
“영원이라는 단어 자체가 추상적이고 비과학적이어서 그것이 존재한다고는 확답할 수 없어. 그렇지만 적어도 내게는 가능하다고 생각해.”
“지금 이렇게 같이 있으니까?”
“내가 송로봇이니까.”
눈을 깜박이며 대답을 기다리는 내게 그가 웃으며 말했다.
“내가 직접 메모리를 삭제하거나 내 시스템이 내려앉지 않는 이상, 내가 비파에게 느낀 감정을 잊는 일은 없어. 내가 기동을 정지하는 그 날까지, 나는 너를 향한 사랑을 잊지 않을 거야. 혹시나 내가 멈추게 되는 날이 오더라도 난 모든 메모리와 데이터를 본체에 백업해두고 있기 때문에 ‘마음’이 사라지는 일은 없어. 영원이라는 것은 그런 것에 적용할 수 있지 않을까.”
고개를 숙였다. 나는 인간이기에 그런 일은 불가능했다. 인간의 감정은 시시때때로 변하고 모양이 바뀌며, 불현 듯 나타났다가 순식간에 사라지기도 했다. 내 세계를 무너트린 그것이 과연 완전한 것이라고 할 수 있을까. 아이가 내 손을 잡았다.
“불안해? 나와는 달리 네 감정이 사라질까봐?”
“지금 이 순간에도 변해가고 있으니까. 불완전한 것으로 보여서 불안해.”
대답을 듣자마자 그가 나를 끌어안았다. 그 품에 얼굴을 묻고 나는 아랫입술을 깨물었다. 아이가 말했다.
“나도 불안해. 비파가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을 보게 되면 어떻게 될까. 최근에 그런 생각을 했어.”
“혹시 저번에 촬영장에 놀러갔을 때의 일 때문이야? 스태프랑 같이 얘기했던 거?”
“물론 그저 상상에 불과할 뿐이란 걸 알아. 그렇지만 감정은 누구도 예측할 수 없는 거잖아?”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지 몰랐어.”
“그래서 결심했어. 비파의 마음이 변할 일이 없도록 내가 이끌어줄 거라고. 비파가 내게 감정에 대해 가르쳐줬던 때처럼, 좀 더 많은 것을 같이 보고 느껴서 우리가 같이 있는 게 당연한 것으로 생각하도록 할 거야. 비파가 더 많이 행복해질 수 있도록, 더 많이 웃을 수 있도록 내가 지켜줄 거야.”
나를 끌어안은 팔에 조금씩 힘이 들어갔다. 옥죄어오는 감각을 느끼며 나는 어느새 볼을 타고 흘러내리는 눈물을 느꼈다. 나는 한참을 그렇게 울었다.
그로부터 시간이 꽤 흘렀다. 불완전한 사랑이라는 생각에는 여전히 변함이 없었지만, 좀 더 많은 것을 보고 느끼며, 같이 앞으로 나아가는 우리의 모습을 나는 마주하게 되었다. 거기에 만족을 느끼고, 조금 더 사랑해도 되겠다고 생각한다면 그걸로 충분한 것이 아닌가 생각하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