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이큐!! - 우시지마 와카토시x미야자와 쿄코
*백합 :: 순결, 영원한 사랑 ___written by. 키미
둥그런 달이 뜬 밤이었다. 집 뒤로 심은 대나무 잎들이 바람에 흔들리느라 저희들끼리 수수수. 소리를 냈다.
한밤중 잠에서 깨어난 쿄코는 조심히 솜이불을 걷어내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쿄코는 기다랗게 풀어헤친 머리칼을 정돈하면서 정원으로 걸어 나왔다. 발바닥이 마른 모래를 짓밟는 소리가 꽤 커서 잠시 걸음을 멈춘 쿄코는 고개를 들고 밤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짙은 남색의 어둠이 깔린 하늘은 무척 고요했다. 구름이 꽤 끼었는지 쌀가루 같은 별들은 숨은 듯 보이지 않았다. 다만 아주 가느다란 초승달만은 또렷하게 떠있었다.
내일 나는 한 사람의 아내가 되는구나. 가슴이 두근거렸지만 설렘이나 기쁨 같은 사랑스런 이유 때문이 아니었다. 내일 당장 얼굴도 모르는 남자와 부부가 된다니! 두려움에 가슴이 쿵쿵 뛰었다.
그렇다고 결혼을 물러달라고 떼를 쓴다든가 혼인 날 식을 파토내고 사랑하는 사람과 멀리멀리 도망을 칠 생각은 없었다. 집안을 위한 일을 해주어서 고맙다고 제 어깨를 몇 번이나 두드려주던 아버지와 제 딸이 이렇게 자라 훌륭한 사람에게 시집을 간다며 저 몰래 눈물을 훔치던 어머니를 떠올리면 가슴 속에서 아득하게 피어오르는 공포감이 아주 잠깐이지만, 사라졌다. 아내로서 사랑받고 싶다고, 저만을 바라봐주는 상냥한 사람이었으면 좋겠다고 바라지 않는다. 다만 저를 버리지 않기만을 바랄 뿐이다. 내일 있는 혼인은 당사자 개인의 행복을 위해서가 아닌, 두 집안의 중요한 결합이 목적인 행사다. 그것이 깨어지지 않기만을, 부모님과 제 집안의 명예에 금이 가는 일이 없기만을 쿄코는 간절히 바랐다.
팔을 반 접어 긴 옷소매를 끌어올리자 흰 팔목이 드러났다. 쿄코는 파랗게 돋아난 혈관 위로 새겨진 흐릿한 글자를 쓰다듬었다. 완전히 검다할 순 없었지만 작년 겨울보다는 또렷해진 것 같았다. 어릴 적 매일 밤 이 이름의 주인은 어떤 사람일까. 상상해보고는 했다. 멋지고 상냥한 사람이길 한 번도 꿈꾸어 보지 않았다는 건 거짓말이다. 저가 만들어낸 환상에 설렜던 것이 여러 번이다. 이름과 관련된 몽상과 그 이름을 가진 사람이 저의 운명일지도 모른다는 믿음을 그만 둔 것은 열두 살이 되던 해의 일이다. 당주의 하나밖에 없는 여식인 제게 그런 낭만적인 일이 허락될 리 없다는 것을 깨닫고 만 것이다.
와카토시라는 이름이 처음 손목에 나타나던 날, 다섯 살을 겨우 넘긴 여자아이는 태어나 처음으로 열병을 앓았다. 일주일동안 꼼짝하지 못했다. 쏟아 붓는 것처럼 물을 마셔도 타는 듯 괴로운 갈증은 가시지 않았고 얼마나 열이 나는 지 꼭 제 눈알이 익을 것 같은 기분에 쿄코는 무서워서 쉬지 않고 눈물을 흘렸다. 어쩌면 계속 목이 마른 이유가 그만큼 울기 때문이 아닐까 사경을 헤매던 중에 생각할 정도로 눈물을 쏟아냈던 것 같다.
곧 까무룩 꺼질 것처럼, 정신은 아득했지만 온몸이 몽둥이로 얻어맞은 것처럼 아파서 잠에 들지는 못했다. 반쯤 깨어난 의식 속에서 쿄코는 평소 새끼손가락에 조그맣게 까진 상처 하나만 달고 와도 그렇게 난리를 치던 집안사람들이 저가 이리 앓는데도 기쁜 듯 밝은 기색인 것을 신기하게 생각했다. 무슨 좋은 일이 있느냐고 묻고 싶었지만 바짝 메마른 입술 사이로 나오는 것은 완전한 말이 아닌, 고통에 앓는 신음소리 뿐이었다.
* * *
머릿속을 울리는 커다란 악기 연주 소리에 두통이 찾아 온 쿄코는 고개를 푹 떨어뜨렸다가 퍼뜩 정신을 차리고 다시 얼굴을 드는 일을 몇 번이나 되풀이했다. 결국 전날 제대로 잠을 자지 못했다. 칙칙하게 내려온 눈 밑 그림자를 가리느라고 얼마나 하얗게 분칠을 했는지 모른다. 끓는 물에 삶은 계란처럼 동동 뜬 제 얼굴을 보고 웃음이 나야했는데, 우울하게 내려간 입매는 한 번 달싹이지도 않았다.
오늘따라 손바닥에 땀이 축축하게 배었다. 쿄코가 그런 손을 쥐었다 펴기만을 반복하고 있을 때, 그녀를 신부로 맞아들인다는 사내가 등장했다. 일순 술렁이는 분위기에 쿄코는 바닥에 내리꽂혀있던 시선을 들고 저가 있는 쪽으로 걸어오는 우시지마를 바라보았다. 검은색 기모노를 입고 있는 우시지마를 보면서 크다. 고 쿄코는 생각했다. 그리고 무서워. 저와는 달리 작고 날카로운 눈매를 힐긋거리면서 쿄코는 누구에게 들키지 않을 만큼 작게 울상을 지었다.
두 사람은 합환주를 마시기 위해 작은 나무 술잔을 들었다. 쿄코의 손가락을 끝까지 모두 가리던 흰 소매가 조금 거두어지면서 희고 마른 손등이 드러났다. 저도 모르게 그 모습에 시선이 팔린 우시지마는 쿄코의 옷깃 아래 겨우 보이는 얄팍한 팔목, 그리고 그 안 쪽에 새겨진 제 이름이며 술잔을 든 가시나무 같은 손가락이 떨리는 것 등을 가만히 내려다보다가 다시 눈길을 거두었다.
-……어리군.
어쩌면 저에게만 들릴 낮고, 무거운 목소리. 쿄코는 그 목소리가 내려앉은 귓가를 시작으로 머리털 끝까지 돋는 소름에 어깨를 들썩였다. 술잔에 담긴 투명한 청주가 넘실거렸다. 눈높이가 그것밖에 되지 않는지 제 팔뚝 언저리에나 겨우 닿는 시선이 느껴졌지만, 우시지마는 쿄코를 다시 돌아보지 않았다.
* * *
부모와 헤어지고, 그 이름만을 겨우 아는 사내와 혼인을 하고, 생활하는 집이 달라졌다. 그 모든 것과 반대로 달라진 것 없이 평소처럼 흘러가는 일상에 쿄코는 도리어 어색함을 느꼈다. 혼례를 올리고 난 다음, 우시지마의 손끝 하나 구경해보지 못한 쿄코였다. 그 날이라고 얼굴을 제대로 보았는가. 아니다. 눈 한 번 마주친 적 없었기 때문에. 반대로 그가 저를 보았는지 어쨌는지조차 모른다. 그럼에도 이상할 만큼 섭섭한 마음 한 점 들지 않았다. 그저 제 손목이 새겨진 이름이 헛것은 아닐까 이따금 확인해볼 뿐이었다.
선물로 들어온 새를 기르고―풀어주고 싶었지만 보는 눈이 많아 아직 그러지 못했다.― 녹색과 은색의 실로 자수를 놓고 가끔 몰래 그림을 그리고……그런 날들이 한 달 넘게 이어졌다. 평화롭기만 하던 하루가 깨어진 것은 바로 어제의 일이었다.
-와카토시님께서 응낙하셨습니다. 그러니 내일…….
응낙이라니. 나는 아무것도 청하지 않았는데……. 쿄코는 무어라 길게 이어지는 시녀의 말을 듣지 않고 저 혼자만의 생각에 빠져들었다. 그러다 저의 얼굴이 파랗게 질린 것을 안 쿄코는 얼른 고개를 젓고 어느새 말을 모두 마친 시녀에게 애써 웃어보였다. 그리고 내일 첫날밤을 치르는 신부다운 목소리로 -네에. 대답했다.
장차 큰 인물이 되어야할 아이를 점지 받기 위해선, 저는 모르는 미신과 같은 방법을 써서 알맞은 날짜를 골라야한단다. 물론 그 날이 좋다는 거지 꼭 정해진 날에만 동침해야한다는 법이 있는 건 아니었다. 하지만 우시지마가 쿄코를 제 잠자리로 부르는 일은 한 번도 없었다. 수군거리는 목소리가 제법 많았지만 쿄코는 그것을 그저 흘려 넘겼다. 저를 원하지 않는다는데 딱히 방법이 있겠느냔 생각에서였다.
그런데 갑자기 무슨 바람이 분걸까. 쿄코는 금색 새장 틈으로 손가락을 조심스레 집어넣어 새의 작은 머리통을 쓰다듬었다.
* * *
불안한 듯 어느 한곳에 머무르지 못한 채 떠도는 눈을 하고 제 방으로 들어오는 쿄코를 보면서 우시지마는 한숨을 쉬고 이마를 짚었다. 저 아이의 의지일리는 없고, ……얼른 후사를 봐야 한다며 주변에서 저를 닦달하던 하인들의 얼굴과 말소리가 스쳐지나갔다. 미닫이 문 앞에 선 쿄코와 꽤 멀리 떨어져 앉아있던 우시지마는 다다미 바닥 위로 깔린 이부자리 쪽으로 손짓을 했다. 쿄코의 연갈색 눈동자가 그 손짓을 좇아 움직였다.
-그 자리가 네 자리이니 얼른 눕고 자거라.
-네?
-왜, 밝은 데선 자지 못하는 것이냐?
-아, 아니요…….
놀라서 커져버린 목소리를 가다듬던 쿄코는 밤까지 독서를 하느라 밝게 켜둔 등을 턱짓으로 가리키는 우시지마에게 손까지 내저어 보이며 -그런 게 아니라……. 대꾸하다가 -소, 소첩은 어디서든 잘 자요……. 멍청한 대답을 했다. 그런 쿄코에게 우시지마는 그러냐는 말 한마디 해주지 않고 책상 위로 눈길을 돌렸다.
한참동안 그 자리에 붙박인 듯 서있던 쿄코는 다시는 저를 보아주지 않을 것 같은 우시지마의 태도에 그가 제 자리라 일러준 이불 위에 올라가 앉았다. 무릎을 꿇고 그 위에 두 손을 포갠 쿄코는 잠시 아랫입술을 물었다가 입을 열었다. 어리군. 한 달 전 꼭 스쳐지나가는 듯 제게 해주었던 말이 불현 듯 기억난 것이다.
-소첩의 나이 때문인가요?
-……나는 네 나이를 모른다.
-생, 생각하시는 것만큼 그렇게 어리지 않아요.
-올해 몇 살이 되었는데?
-열여섯…….
-열여섯이라기엔 몸이 너무 작구나.
쿄코의 나이를 듣고 잠시 의외라는 듯 한쪽 눈썹을 살짝 치켜 뜬 우시지마는 이내 굳은 얼굴을 했다. 두 사람 사이로 다시 커다란 공백이 찾아왔다. 문장을 읽어 내려가는 시야로 여전히 눕지 않고 앉아있는지 꼿꼿하게 솟은 작고 하얀 모양이 걸렸다. 그것은 좀처럼 사라지지 않았다. 손가락 등으로 미간을 문지르던 우시지마는 책을 덮고 고개를 들었다.
-나는 너보다 꼭 열 살이 많다.
-……그러면…….
-사별하지 않았다. 네가 내 첫 신부지.
우시지마의 대답을 듣고도 충분하지 않았는지 고개를 갸웃 꺾은 쿄코는 머릿속으로 느린 셈을 했다. 그러니까, ……스물여섯. 장가를 처음 가기엔 너무 늦은 나이였다. 저보다도 어린 나이에 혼인을 했어야 맞다. 이전에 무슨 일이 있었을까. 쿄코는 묻고 싶었지만 끝내 묻지 않았다.
-왜 그리 늦게 신부를 맞았는지 궁금한 모양이로군.
-아, 저, 아니……네.
-네가 다 자랄 때까지 기다렸다.
역시 무서워. 눈을 마주치지 않으면 마주치지 않는 대로, 마주쳐주면 또 마주쳐주는 대로 저를 그만 얼어붙게 만드는 우시지마에게서 슬쩍 눈길을 피한 쿄코는 저를 기다렸다는 우시지마의 말을 듣고 놀라 두 눈을 동그랗게 떴다. 여전히 그를 쳐다보지 못한 채였다. -저를 왜……. 떠듬떠듬, 기어가는 목소리였는데 우시지마는 그것을 용케 알아들은 것 같았다.
-네 몸에 내 이름이 있는 것처럼, 내 몸에도 네 이름이 있기 때문이지.
말이 끝나고 살갗과 옷감이 만나 쓸리는 소리에 쿄코는 살짝 고개를 들어 팔소매를 끌어올리는 우시지마를 쳐다보았다. 시선이 마주쳤다. 이번에는 그 눈길이 얼른 떠나지 않고 제게 오래오래 머무른다. 꼭 무언가에 사로잡힌 것 같은 기분이 들어 잠시 숨을 멈춘 쿄코는,
-쿄코.
속눈썹을 살짝 아래로 내리 깐 채 팔목에 적힌 제 이름을 읽는 우시지마의 목소리에 두 눈을 한번 꾹. 질끈 감았다가 천천히 떴다.
열두 살 아이의 마음 한 구석, 묻어두었던 조그만 보석함이 열릴 것만 같은 기분이 들었다. 은으로 만든 상자 속에는 반으로 잘린 옥비녀나 목련나무 가지, 그리고……저처럼 상대의 이름이 몸 어딘가 새겨져 있을 소년―제 또래일거라고 생각했다.―에게 품었던 소녀의 아련한 연정 같은 온갖 보물이 가득했다. 그 안에 든 것이 혹 쏟아질까봐, 자물쇠를 몇 개나 달았는지 모른다. 열쇠들은 몽땅 모아서 버렸다. 그것도 모자랄까 싶어 작은 고사리 손으로 쇠사슬을 끌어다가 꽁꽁 묶어두었던 마음. 그랬던 것인데……제 이름을 한 번 불러주는 목소리에 그 모든 게 무너질 것 같았다. 그것이 우습기도, 억울하기도 했지만 보다 물밀 듯 들이닥치는 알 수 없는 감정에 쿄코는 입술만 방긋거렸다.
소첩의 이름이 처음 나타나던 날, 서방님도 저처럼 열병을 앓았나요? 몸에 이름이 새겨지지 않은 또래 아이들에게 놀림을 받았던 적이 있나요? 이름의 주인은 어떤 사람일까 상상해본 적은요? 저는, 소첩은 매일 밤 떠올려봤어요……. 쿄코는 창백하게 질린 손가락으로 제 입술을 내리눌렀다. 여름날 장맛비처럼 쏟아지는 말들이, 눈물과 함께 새어 나올까봐.
안 그래도 파리하던 쿄코의 얼굴색이 더욱 하얗게 질려가는 것을 바라보던 우시지마는 -이제 설명이 되었느냐. 하더니 소매를 내려 팔목을 가리고 다시 책을 펼쳐들었다. 쿄코는 -……네. 감사합니다. 조금 떨리는 목소리로 대답한 뒤 두 손으로 바닥을 짚고 상체를 꾸벅 숙였다. 이후 더 이상 우시지마에게 말을 걸지 않던 쿄코는 단정하게 잘 깔린 이불 위에 몸을 뉘이고 잠을 청했다.
-……안녕히 주무세요.
속삭이듯 작은 목소리가 왜인지 또렷하게 들려왔다. 우시지마는 책에서 눈을 떼지 않고 그저 고개를 한번 끄덕여 보일 뿐이었다.
* * *
노란 빛으로 밝게 빛나던 등은 아까부터 꺼두었다. 스러질 듯 연약한 숨소리가 잠자는 사람의 것이 되어갈 때 즈음 껐던 것 같다.
새카만 밤을 지나, 하얀 새벽이 찾아오기 직전까지 우시지마는 잠에 들지 못했다. 꽤 오래 전부터 앓기 시작한 불면증 때문이었다. 부족한 수면 때문에 체력이 달리거나 하는 어려움은 없었다. 다만,…….
곧 바스러질 것처럼 위태롭게 떠오른 달을 올려다보던 우시지마는 부스럭거리는 소리와 함께 꼭 저도 달과 같이 흰 빛을 띠고 일어나는 모습이 문득 눈에 들어와 -어디서든 잘 잔다……. 내게 거짓을 고했나보군. 말했다. 그 말을 들은 쿄코는 아직 어둠에 적응하지 못한 두 눈을 가느스름하게 뜨다가 겨우 입을 열었다. -거짓이 아니라……. 하지만 금방 갈 곳을 잃은 말꼬리가 끝을 맺지 못하고 공기 중을 헤매었다. 마뜩한 변명거리를 찾지 못했기 때문이다. 저도 왜 지금 깨어버린 건지 알지 못하는 눈치였다.
-……왜 아직 주무시지 않고 계신가요?
또 말이 없어진 우시지마를 말끄러미 바라보던―여전히 눈만은 마주치지 못했다.― 쿄코는 용기를 내어 그렇게 물었다. 우시지마는 그런 쿄코에게 대답해주지 않을 심산인지 입을 가만히 다물고 손바닥으로 턱을 괴었다. 그러나 곧 저가 방해한 건 아닐까 안절부절 못하는 모습을 보고 말을 꺼내는 우시지마였다.
-잠이 오지 않는구나.
소심한 동작으로 뺨에 달라붙은 머리칼 몇 가닥을 떼어내던 쿄코는 퍽 걱정스러운 눈을 했다. 자꾸만 이것저것 물어오는 저가 귀찮아 적당한 말로 둘러대는 걸지도 몰랐으나 어느새 가는 눈썹이 꼭 울 것처럼 내려간 쿄코는 그런 의심을 하지 않았다. 우시지마는 그런 쿄코의 얼굴을 의아하게 바라보았다. 잠을 자지 못하는 것은 남인데 왜 도리어 자기가 저런 표정을 하는 걸까.
악몽 하나 꾸지 않고 잠 한 번 설쳐본 적 없는 저로서는 뜬 눈으로 밤을 꼴딱 지새우는 일이 얼마나 괴로운 건지 짐작조차―애초에 그런 게 고통스러운 일인지 잘 모르겠다.― 할 수 없었지만, 쿄코는 굵은 붓으로 그린 듯한 옆얼굴이 어쩐지 안타깝게 느껴져 마음이 쓰였다.
-곧 동이 틀 텐데 마저 자거라.
-저어, 잠이 오지 않는 거라면……제가 어떻게 해드릴 수도…….
-너는 목소리까지 작은가보군.
분명 작은 목소리였지만 그 말을 듣는 데는 전혀 문제가 없었다. 그럼에도 고요하던 마음을 뚫고 불쑥 솟아난 심술과 함께 모난 말이 나갔다. 저도 모르게 튀어나온 뾰족한 심기였다. 완전히 잠에서 깨어난 쿄코는 그만 입을 다물었다. 우시지마는 저가 무서운지 빳빳하게 굳는 작은 몸을 보는 일이 어쩐지 싫었다.
제 신부라지만 별 관심도 흥미도 없어 놀리거나 짓궂은 말을 걸어 곤란하게 할 생각 같은 건 없었다. 그러나 혼례를 올린 지 한 달이나 지나고서야 처음 얼굴을 제대로 마주했을 상대에게 저리 마음을 쓰는 것이 거슬렸다.
그런 ―따뜻한―얼굴을 보는 일이 불편한 것은 아녔다. 그러니까, 거슬린다는 게 구체적으로 어떤 느낌이냐면……저답지 않게 길어진 생각에 우시지마는 아이 때라도 웃어본 적은 있을까 단호하게 다물린 수평선의 입술을 삐뚜름하게 비틀었다.
-무엇을 어떻게 해준다고?
-예?
-아까 하다 만 말.
-그, 잠……을 못 주무시는 거라면 도와드릴 수 있어요.
꽤 거리를 두고 앉은 두 사람이었다. 밤하늘에 떠있는 달 쪽을 보고 앉아있던 우시지마는 어느새 아예 쿄코를 향해있었다. 여전히 무뚝뚝하게 굳은 얼굴이었지만 졸음기 하나 묻어나지 않는 눈은 한층 누그러져있었다. 그런 변화를 알아채지 못한 쿄코는 애꿎은 제 옷소매를 만지작거리다가 -소첩 아래로 동생이 몇 있는데……. 아까보단 커진―그러나 여전히 속삭이는 것 같은 느낌은 지울 수 없는― 목소리로 말을 꺼냈다.
-동생.
-네에…….
쿄코의 말끝을 잡아 늘린 우시지마는 황당함에 반쯤 벌어진 입술 사이로 허. 하는 소리를 내며 숨을 뱉었다. 저보다 열 살이 많다고 일러주었는데, 동생이라니. 지금 내가 동생으로 여겨진다는 건가. 우시지마는 따져 묻고 싶었지만 그러지 않고 쿄코의 다음 말을 잠자코 기다렸다.
예상하지 못한 우시지마의 반응에 쿄코는 습관적으로 아랫입술을 씹으며 저의 말 중 말실수를 한 부분이 있는지 이것저것 생각해보다가 찾아지지 않는 정답에 사고하기를 그만두었다. 무슨 대화를 해도 이렇게 애를 먹으니, 눈앞이 자꾸만 아득해졌다.
-가끔 동생……들이 잠을 잘 자지 못한다든가 그러면요.
-음.
-제가 재워주고는 했는데……. 하, 한 번두 실패한 적 없어요!
제 말을 잘만 들어주다가 재워준다는 부분에서 무언가 불만인양 뾰로통해지는 우시지마의 표정에 쿄코는 꼭 변명을 하는 것처럼 소리쳤다. 다시 턱을 괸 채 검지로 제 관자놀이 부분을 몇 번인가 가볍게 두드리던 우시지마는 -자신 있느냐? 물었다. 긴장감에 어깨가 딱딱하게 굳은 쿄코는 그저 고개만 주억거렸다. 그런 쿄코를 이리로 오라 제 곁으로 부르려던 우시지마는 잠을 자려면 이불이 있는 곳으로 가는 게 맞겠지 싶어 몸을 일으켰다.
쿄코는 느리지만 자로 잰 듯 반듯하게 일어나는 우시지마를 신기하게 바라보았다. 저보다 머리 하나 반은 더 클 것 같은 몸이 신기했기 때문이었다.
무릎을 꿇고 단정하게 앉은 쿄코는 제 무릎을 두드리며 우시지마를 올려다보았다. 무릎베개. 순순히 그것에 따라주면서도, 얼마나 대단한 재주를 부리는지 내심 기대했던 우시지마는 실망감에 가슴에 꼭 구멍이라도 난 것처럼 푸스스. 바람이 빠져가는 기분이 느꼈다.
-나를 네 동생쯤으로 생각하나보군.
-아, 아뇨. 그럴 리가…….
와카토시님은 제 서방님인걸요. 저의 말 한마디 한마디에 그리 안절부절 못 하던 아이가, 퍽 간지러운 이야기만은 정말 사실을 말하는 것처럼 아무렇지 않게 내뱉는 것을 들으면서 우시지마는 제법 묘한 기분이 되었지만 수분감 없이 뻑뻑한 두 눈을 감을 뿐 별다른 태를 내지 않았다.
-……지쳐 보여요.
제 앞 머리칼을 보듬듯 매만지는 부드러운 손길과 눈가에 내려앉는 따뜻한 말씨에, 우시지마는 줄곧 불편하게 내쉬던 숨을 텄다.
-그러냐.
-정말로 소첩이 방해된 건 아니지요?
-아니다. ……두 번이나 말해주어야 이해를 하니, 귀찮아 못살겠구나.
-죄송해요…….
우시지마는 작게 헛기침을 했다. 자꾸만 엇나가는 말이 내심 미안했고, 죄송하다는 말소리와 함께 조금 사그라지는 손길이 아쉬운 탓이었다.
시시한 전설 이야기를 해준다든가 밝게 빛나는 별을 찾자는 가사의 노래를 부르는 것도 아니다. 다만 살 없이 말라 딱딱하기만 한 무릎을 내어준 채 머리칼을 조심조심 쓰다듬어줄 뿐이다. 그것뿐이었는데, 눈물이 날 정도로 따뜻한 다정함이 저를 안아주는 것 같았다.
* * *
잠을 제대로 자 본 기억이 아득하게만 느껴지던 우시지마는 그것이 모두 꿈인 것처럼 연약한 무릎 위에서 숙면을 취했다. 얼마나 깊게 잠들었는지, 저가 잠든 것을 확인한 쿄코가 몸을 빼내어 저의 방으로 돌아가는 것 하나 그 기척을 눈치 채지 못했었다.
그 날 이후 두 사람의 관계에 눈부신 발전이 있지는 않았다.
다만 눈이 마주치는 일을 피하는데 급급하던 쿄코가 이제는 우시지마와 옷깃이라도 마주칠 때면 생긋 웃는 얼굴을 하게 되었고, 그는 예의 담백한 표정으로 그런 웃는 낯을 몇 초 더 바라봐주게 되었다. 딱 그것뿐이었다.
* * *
우시지마 와카토시는 꽃을 싫어했다. 그리고 정원을 가꾸는 일에 관심이 없었다. 그저 제 집 마당이 변화하는 사계에 맞추어 솜씨 좋게 꾸며지는 것을 가끔 구경할 뿐이었다. 다만 혹 꽃이 심어지지 않는지, 그것만큼은 신경 썼다. 꽃의 모양과 크기, 색깔, 향기……그 모든 것이 어떻고 어떻든 싫었다. 모습이 화려하건 수수하건 애써 피어나 놓고 그런 제 모습을 드러내는 것은 한 철 뿐이요, 바람이 조금 바뀐다 싶으면 얼른 져버려 바닥을 더럽히기 때문이었다.
미야자와 쿄코는 정이 많은 사람이었다. 누구 하나 미워하는 방법을 모르는 사람처럼 굴었다. 우시지마는 이따금 그런 쿄코를 바보 같다 말했다. 그 말을 듣고도 쿄코는 얌전히 입가를 가리고 웃기만 했다. 밤잠을 설치는 저의 남편이 실은 무서운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된 쿄코는 그런 우시지마가 안타깝고 또 사랑스러워서 그를 보듬고 사랑해주었다. 그런 그녀는 길가에 피어난 들꽃을 사랑했으며 민들레 홀씨 하나 날아들지 않는 우시지마의 정원도 사랑했다.
그의 손목에 쿄코의 이름 두자가 떠오르던 날, 열다섯 살이 될 때까지 지나가는 감기 한 번 걸린 일 없던 남자아이는 태어나 처음으로 지독한 열병을 앓았다. 그 이름의 주인이 미워질 만큼 소년은 아파했다. 왜 나타나 저를 이리 괴롭히느냐고 묻고 싶었다. 그런 소년은 자랐고, 우시지마는 이름에 관한 것 모두를 잊었다. 손목 안쪽을 살피는 일 따위는 진즉에 그만두었다. 그런 것에 계속 얽매여있을 만큼 한가한 지위가 아니었다.
그렇게 모두 잊었다고 생각했는데, 오랜 옛날 열병을 앓게 한 것에 대한 앙금이 내심 남아있던 모양이었다. 그럴 의도는 없었는데 소심하게도 자꾸 심하게 굴고 마는 저를 따뜻하게 사랑해주는 쿄코가 우시지마는 좋았다. 그렇게 무르고 착한 아이가 혹 상처를 받을까 종일 걱정했던 날도 여럿이었다. 그만큼 우시지마는 쿄코가 좋았다. 새카만 밤이 찾아오면, 재워주겠다는 약속의 어김없이 저를 안아들곤 잠들 때까지 토닥여주는 상냥함에 어릴 적 앙금 같은 건 모두 녹아 내린지 오래였다. 녹은 미움은 사랑으로 굳었다.
제게 눈길이 조금만 오래 머문다 싶으면 그 작은 일 가지고 꼭 아이처럼 좋아하는 모습이, 관사에 나가 있는 며칠이 걱정되어 아담하고 귀여운, 꼭 자기를 닮은 서체로 동그란 보름달이 참 예뻐요. 잠은 잘 주무시나요. 감기에 걸리진 않으셨는지요. 이곳은 비가 며칠 째 내린 답니다. 그곳엔 비가 내리면 안 될 텐데요. 강물이 넘쳐 혹 다리가 떠내려가면 안 되니까……몇 통의 서신을 써 부치는 것이, 어딘가 다녀올 때마다 비싼 장신구나 비단 옷감을 사오는 것 대신 얼굴을 좀 더 오래 비추어달라며 조르는 목소리가, 또래보다 몸집이 작으니 좀 더 먹는 것이 어떻겠느냐 할 때면 걱정해주어 고맙다는 말과 함께 발개지는 두 뺨이…….
언젠가 부부의 연을 맺을 거란 건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 사랑하게 될 줄은 몰랐다. 낯선 것을 싫어하는 우시지마는 이렇게 매번 제 가슴을 콕콕 쑤시는 낯선 기분은 싫어하지 않았다. 도리어 좋아했다.
-안색이 나빠 보이는구나.
어느 봄에, 뜰을 내다보던 쿄코의 옆얼굴이 유난히 어둡던 날이었다. 이제는 퍽 제 신부의 기분이나 건강을 살필 줄 알게 된 우시지마는 그리 물었다. 돌아보는 얼굴은 나름 밝은 빛을 띠었지만 거짓으로 지어낸 티가 단박에 나는 그런 얼굴이었다.
왜 그러느냐고 자꾸만 채근하듯 물어오는 우시지마에, 쿄코는 머뭇거리다가 우물거리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꽃이……보고 싶어서요.
제 집 주변에 벚나무 하나 심지 않은 우시지마는 잠시 아무 말이 없다가 그럼 심어주겠다고 말했다. 그 말을 듣고 파드득 놀란 쿄코는 미처 입을 떼지 못하고 고개만 도리질 했다. 우시지마가 꽃을 싫어한다는 것쯤은 알고 있다. 왜 싫어하는지 그 이유도…….
-괜찮아요. 심지 않으셔두…….
-보고 싶다면서.
-그냥 봄이라 잠깐 생각난 것 뿐예요. 신경 쓰지 마세요.
-삼십년 가까이 돌멩이만 굴러다닌 정원에 조금 변화를 주어도 괜찮겠지.
사실 꽃놀이 한 번 데려가주지 못한 것이 늘 마음에 걸렸었다. 그 대답에 꼭 수면 위로 떨어진 물감처럼, 쿄코의 말간 얼굴에 기쁨이 퍼졌다.
* * *
수도에서 조금 떨어진 지역으로 몇 달 간 정사를 보러 내려간 우시지마는 떠나기 전 정원 한 쪽―쿄코가 지내는 방 창문으로 곧장 내다볼 수 있는 곳―에 화원을 만들었다. 새파란 모종이 심어진 화원을 내려다보던 쿄코는 문득 -무슨 꽃인가요? 물었다. 목소리가 통통 튀었다. 옆에서 그런 쿄코를 바라보던 우시지마는 -그냥 여러 가지. 답했다. 쿄코는 무슨 꽃일까 무척 궁금했지만, 그가 꽃의 이름까지 기억해줄리 없다며 의문을 삼켰다.
그리고 화원에 흰색 백합이 흐드러지게 피었다. 다른 꽃 한 송이 없이 오롯이 백합만이 핀 화원이었다.
-아름답다……. 쿄코는 하루 종일 그것을 내다보았다. 차마 직접 다가가 보지는 못했다. 저도 모르게 그 꽃가지를 꺾게 될까봐 걱정스러웠기 때문이었다. 벌레가 먹은 조그만 자국 하나 없는 창백한 꽃잎은 여름밤 달빛을 받으면 어렴풋한 은색의 빛을 발했다. 아스라이 빛나는 흰 꽃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쿄코는 자는 것도 잊고 바라보았다.
제게 이런 선물을 해 준 것에 대한 고마운 마음과 함께, 꽃을 싫어하는 우시지마도 이 풍경만은 좋아해줄 것 같은 마음이 들어 쿄코는 조그만 초를 켜고 편지를 썼다. 주황색 불빛이 아른거렸다.
오늘 밤엔 반달이 떠올랐어요. 서방님이 계신 곳에도 필히 반달이 떠있겠지요? 그렇지만 오늘 뜬 달이 반달인 것도 모르고 주무셨으면 해요.
이렇게 말하는 소첩은 요즈음 통 잠을 자지 못해요. 이전처럼 나쁜 꿈을 꾸거나 서방님의 불면증이 옮은 건 아녜요. 서방님이 심어주신 백합이 무척이나 예뻐서, 자는 것도 까먹고 바라보기 때문이랍니다. 같이 볼 수 있다면 좋을 텐데……. 꽃을 싫어하시는 서방님도 분명 아름답다 느끼실 거예요. 낮에는 보얗기만 하던 꽃잎이 달빛을 받으면 꼭 은처럼 빛난답니다. 신기하지요.
꽃을 싫어하시는 걸 알면서도 고집 부려서 죄송해요. 그리고 정말, 정말 감사하고 있어요. 제 부탁이라면 늘 들어주시는 서방님이 좋지만, 가끔은 안 된다 말해주세요. 어린 애처럼 투정만 부리는 어리광쟁이가 되면 안 되니까요.
이 아름다움을 전하고 싶지만, 차마 꽃을 꺾어 보내진 못합니다. 그런 소첩을 용서하세요. 그 약한 줄기가 꺾이면 꽃이 아파할까 무척 겁이 나서…….
이런 꿈같은 선물에 한 눈이 팔려 잊는 일 없이 매일 밤 서방님이 무탈하시기만을 달님에게 빌고 있어요. 그래도 부디 조심하셔요. 올 여름은 벌레가 많을 거래요. 서방님이 아프지 않고 건강하기만을 바라요.
쿄코 올림.
* * *
그 날 뜬 달이 반달인지 초생달인지 모르게 잘 자고 있으니 걱정 말길 바란다. 불면증 같은 건 다 날아가 버린 지 오래다. 네가 매일 밤 쓸어주었기 때문이지. 늘 고맙게 생각하고 있다.
만들어둔 화원을 마음에 들어 하니 다행이군. 얼마나 아름다우면, 네가 잠을 못 이룰까. 얼른 돌아가 너와 함께 보고 싶다. 그래도 잠은 제 시간에 자려무나. 안 그래도 몸이 약해 걱정인데 혹 쓰러지기라도 하면 어떡하려고. 당분간은 네가 아파도 널 돌보아줄 수 없으니까 내 건강은 걱정 말고 네 건강을 더 신경 쓰거라. 그 달님이란 것에 빌면 되겠지.
너는 가끔 곤란한 말을 하는구나. 네 부탁을 들어주지 말라니. 그 부탁이야말로 들어줄 수 없겠다. 너는 고집이라 생각할지도 모르겠지만 내게는 귀여운 투정도 되지 못해. 나는 좀 더 네가 내게 의지해주었으면 한다. 그럴 일은 없겠지만 정말로 네가 어리광쟁이가 되어준다면 기쁠 것 같구나. 그런다면 언젠가 내게 무리한 부탁도 하겠지. 나는 그것을 어찌 들어주나 고민해보는 것이 소원이다.
여전히 꽃은 싫지만, 백합은 좋아한다. 너를 꼭 닮았기 때문이야. 네가 꽃으로 피어날 수 있다면 그건 바로 백합이 아닐까 생각한다. ……꽃이 되면 언젠가 시들어 지고 말테니 백합 잎으로 빚어낸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이 너일거라 생각하는 편이 낫겠구나.
백합이 달빛을 받으면 더욱 아름답다고 했지. 너는 그 두 개 모두를 빼닮았다. 그리고 그것을 합친 것보다 아름다워. 다만 달을 따다줄 순 없어 백합만을 심어주었을 뿐이다. 설령 내가 달을 따다줄 수 있다 해도 너는 마다할 것 같구나. 밤중에 빛을 잃어 곤란해 할 사람들이 불쌍하다면서. 네 작은 몸 어디에서 그런 다정함이 마르지 않고 쏟아져 나오는지 궁금하지만, 부디 너를 상하게 하면서까지 남에게 정을 주지 말거라. 아프면 어쩌나 걱정되어 꽃 한 송이 꺾지 못하는 네가 상처 받을까 나는 늘 그것이 걱정이다.
쓰고 나니 온통 네 걱정뿐이구나. 내 안부는 별로 적지 않아 실망해 할 네 얼굴이 벌써 떠오르는 것 같다. 그래서 더욱 보고 싶어졌고. 하지만 네 덕에 나는 무탈하니 달리 적을 것이 없어 그러니 용서하길 바란다.
와카토시.